사용기 게시판-Cresyn LMX-E601 리뷰(자료출처 : 뮤디* )

사용기 게시판

게시글 보기

Cresyn LMX-E601 리뷰(자료출처 : 뮤디* )

Date : 2003.12.12 23:16:18

Name : 뮤디* Hits : 6720

Cresyn LMX-E601 리뷰

크레신은 예전에는 리맥스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자사의 최고급 이어폰인 LMX-E700과 기타 E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크레신은 어느 새 고급 이어폰 브랜드로 성장해버린 듯 합니다. 음반점에 가도 예전에는 거의 필립스나 파나소닉의 이어폰이 걸려 있었는데 요즘은 크레신의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시되는 LMX-E601 이어폰은 아주 오래 전부터 크레신사에서 기획하던 모델이었습니다. 본래는 E600이라는 모델명의, 귀에 거는 이어폰으로 설계되었던 건데 이어폰 본체와 코드를 연결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계속 출시를 미루다가 결국 이번에 귀걸이형이 아닌 일반 이어폰 타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란 측면에 있어 크레신 사의 이어폰은 과거에 히트쳤던 AXE 시리즈부터 최고급인 E700, 최근에 출시된 E431까지 무난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개성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디자인은 사람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어폰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아, 저런 디자인의 이어폰도 있네.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포장은 E700처럼 크지 않고 소니의 MDR-E888 이어폰의 포장보다도 작습니다. 들어있는 구성품은 매우 간단한데, 동사의 하급기종이라 볼 수 있는 AXE599 (도끼2) 보다도 구성품은 더욱 간단합니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주머니와 이어폰만을 제공합니다. 화려한 구성품을 자랑하는 상급기 E700과는 꽤 다릅니다. 원가절감을 위해 선택한 느낌이 드는데, 그만큼 이어폰 자체의 가격 대 성능비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의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식 : 오픈에어 다이나믹형 스테레오 이어폰
사용유니트 : 16mm (유닛의 크기는 이어폰 헤드의 크기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진동판과 코일, 마그넷 등을 통칭한 것이 유닛이며 그 구경을 의미합니다)
임피던스 : 16옴
음압감도 : 110dB/mW
정격입력 : 10mW
최대허용입력 : 50mW
주파수특성 : 8Hz-27000Hz (아실 만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어폰의 주파수특성 표기는 절대 믿을만한게 아닙니다.)
코드길이 : 0.5M
플러그 : 직경 3.5mm스테레오 골드 플러그
중량 : 8g (코드제외) (E700의 스펙은 9g입니다)

케이블 재질이 상급기인 E700의 경우 LC-OFC라는 말이 있어서 601도 궁금하여 크레신 홈페이지에 질문글을 올렸지만 답변이 없었습니다.

착용감의 측면에 있어서는 개선할 점이 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E700이나 601이나, Sony의 MDR-E8X8 시리즈 (828 이하는 제외) 와 귀에 닿는 부분의 구조가 유사한데 귀에 닿는 고무링의 재질에서 어느 정도 품질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저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이야기해보면 감촉도 소니의 이어폰 쪽에 사용한 고무가 좋고, 마찰력도 우수합니다. 소니 제품에 사용한 고무는 생고무이고 크레신 제품에 사용한 고무는 인조고무라는 말도 있던데 저로서는 진짜인지 확인해볼 방도가 없었습니다.

감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음악에 집중하면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찰력은 실제로 사용하는데 있어서 더 큰 연관성이 있습니다. 사람 귀는 모양이 사람마다 꽤 다르거든요. 그럴 때 이어폰이 귀에 꼭 맞지 않더라도 마찰력이 높아야 덜 미끄러지는데, 소니 제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마찰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처음에 이 이어폰을 끼고 외출했을 때는 정말 불편해서 음악을 듣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좀 움직이면 귀에서 툭툭 떨어져 나갔거든요.

다행히도 지금은 착용 방법에 노하우가 생겨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케이블의 길이와 피복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습니다. 50cm라는 플러그부터 좌우 케이블이 갈라지는 곳 까지의 길이는 Sony 사의 40cm 보다 길어 저에게는 쓰기가 편합니다. 그렇지만 이 이어폰은 넥체인형이라 오른 쪽 이어폰으로 가는 선 길이가 왼쪽 이어폰으로 가는 선 길이보다 긴데, 그 긴 정도가 불필요한 정도로 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쓰다 보면 이 케이블이 의도하지 않은 대로 움직여 꽤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뒷목에 닿는 피복의 재질 또한 지나치게 뻣뻣하고 목에서 잘 미끄러집니다.

귀에 닿는 이어폰의 머리 부분 역시 그 크기가 작지 않습니다. 제 귀는 약간 작은 편이라 어느 정도 착용하고 있으면 꽤 아픕니다. 이러한 사소한 측면들에서 크레신의 노하우 부족이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머리 부분에서 몸체로 이어지는 부분은 소니의 888, 868이어폰이나 자사의 E700 처럼 움직일 수 있게 고무재질로 만들었는데, 그 유연성은 소니의 제품군보다는 낮은 듯 합니다. 역으로 그만큼 그 부분이 고장날 확률은 적은 듯 하고요.

또한 제품의 외양을 보면 바디가 매우 큽니다. 대형 스피커와 소형 스피커의 소리에 차이가 있듯 이렇게 큰 바디도 분명 소리에 영향을 줍니다. 머리 부분 뒷쪽의 덕트 또한 개성적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귀에 닿는 부분은 이상하게 귓밥이 잘 묻습니다. 청소도 잘 안되고요.

소리의 측면에 있어서는 되도록 자세하게 서술하기 위해 제가 신경을 쓰는 항목을 하나하나씩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용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인공적인 번인을 할 필요가 있었고, 번인에 사용한 기기와 음향은 Casio의 PZ-2900과 XLO Reference CD의 Burn-In Track 이었습니다.

1) 음은 또렷한가?

601의 음은 B&O의 A8이나 동사의 최고급 모델인 E700처럼 또렷한 음을 최우선 과제로 잡아서 설계한 듯한 느낌은 아닙니다. 풍성함을 잃지 않은 가운데 어느 정도의 또렷함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약간 흐리고 음이 불분명한 느낌이 듭니다만 이어폰의 평균적인 능력을 생각해볼 때 그렇게 낮은 능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난한 정도입니다.

2) 각각의 악기가 잘 분리되는가?

우수한 편은 아닙니다. 이 측면 역시 그냥 무난한 이어폰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3) 세밀한 음의 표현력은 어떠한가?

세밀함을 강조한 타입 역시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MDR-E888의 극단적인 세밀함과는 비교하기 힘듭니다. 이 측면 역시 무난하게 제작된 느낌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이어폰에 비교해볼 때 세밀한 음의 표현력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4) 음은 투명한가?

투명하게 느껴지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음을 하얗게 만들어내는 듯 하며, 어느 정도 희뿌연 안개가 낀 듯한 느낌입니다.

5) 음의 습도는 어떠한가?

버터를 잔뜩 바른 듯 느끼하고 기름진 소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건조하지도 않고요. 약간 촉촉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분 좋을 정도의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지만, 보다 뽀송뽀송한 음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6) 음의 색감은 어떠한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하얀 듯한 소리입니다. 지금까지의 제 경험상으로는 보통 이렇게 음이 하얗고 무채색에 가까운 기기는 각 악기들이 가진 색감의 다채로움을 잘 표현해주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E601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E700도 이런 경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얀 색의 느낌은 유저들에게 소리가 밝다는 느낌을 줄 것이라 예상해 봅니다.

7) 음장의 형성

음장(이퀄라이져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이퀄라이져를 음장이라 하는 건 오역입니다. 음장이란 단어는 흔히 말하는 스테이징을 의미합니다.)의 형성에 있어 이 제품은 다소 기묘한 음장을 형성합니다. 중역이 매우 물러나 있으며 고역과 저역은 압축되게 들립니다. 그래서 상하의 공간을 보면 중역이 적고 고역과 저역을 위아래로 쫙 잡아늘린 듯한 신형의 A8과는 정 반대로 중역이 차지하는 공간은 이어폰치고는 상당히 넓습니다. 이 이어폰의 큰 몸체는 주로 중역의 넓은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한 듯 합니다. 또한 중역은 매우 멀리서 들리는 느낌인데 반해 고역이나 저역은 상하로 압축된 느낌뿐만 아니라 보다 더 전향적입니다. 또한 처음에 구매하면 중역이 멀리서 들리지만 공간을 꽉 채우고 들어오지 못하는 느낌이 들지만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사용하다 보면 그러한 느낌은 꽤 줄어듭니다.

8) 악기의 포인트

음장의 형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 중역을 중심으로 물러난 성향인 것이 영향을 받아서인지, 악기의 위치가 좌우 양쪽으로 몰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가운데가 빈 느낌이 듭니다. 마치 2채널 스피커에서 양 스피커를 너무 좌우로 멀리 놔둬서 가운데 악기의 상이 잘 형성되지 않는 듯한 느낌입니다. 착용하는 방식에 따라 보완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이렇습니다. 고막의 방향과 평행하게 착용하더라도 정면에서 악기의 상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양 채널의 분리도가 차라리 지금보다 좀 낮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지금도 채널 분리도가 아주 뛰어난 편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9) 음의 굳기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절제된 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부드럽고 풍성한 편입니다. A8이나 E700같은 단단한 음을 가진 이어폰에 익숙하신 분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들리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울림음의 표현능력이 좋아 어쿠스틱한 악기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10) 음의 결. 입자감

약 2년 전에 출시한 AXE569 (도끼1) 만 하더라도 저에게는 음의 결이 지나치게 거칠고 마무리가 덜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도끼2부터 출시된 크레신의 작품은 이 측면에서 많이 나아진 듯 합니다. E601은 오돌도돌하거나 거친 것 없이 음의 결이 매끈하다고 생각합니다.

11) 음의 대역폭

601은 전체적으로 대역폭이 우수하며, 저음쪽을 볼 때 깊이 있는 음을 들려줍니다. 단 베이스 기타의 낮은 음,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음, 낮은 킥드럼 등의 음이 제대로 들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고음쪽으로도 그 표현능력이 제법 좋은 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음을 단단하고 명료하게 내려는 기기는 고음쪽으로나 저음쪽으로나 울림음이 제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역폭이 좁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2) 대역 밸런스

전체적으로 잘 맞습니다. 단 중역의 양감이 많아 보입니다. 미세한 영역의 밸런스 역시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13) 다이나믹 레인지

여린 음과 센 음의 차이를 아주 극명하게 대비시켜 주는 편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품의 음압은 매우 높아서 같은 볼륨에서 전체적인 음량은 제가 알고 있는 이어폰 중 가장 높게 나오나, 순간적인 센 음까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너무 여리거나 너무 센 쪽에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거나 다이나믹레인지가 지나치게 넓어 피곤한 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음악을 장시간 즐기기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14) 음의 깊이, 울림음

대역폭과 굳기, 명료함 등과 관계 있을 테지만 편의상 따로 분류하여 기재합니다. 601은 전체적으로 울림음을 잘 내는 편입니다만 그 울림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음을 하얗게 흐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깊이가 있는 음 역시 맑음이 부족하여 그 묘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5) 반응성

역시 무난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상급기인 E700에 비하면 반응성이 낮아서 그런지 음의 동적 구조를 묘사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스피드있는 음악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최적의 선택이 아닐 거 같습니다.

16) 밀도감, 일체감

전체적으로 훌륭합니다. 단, 음의 분리 자체가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보니 밀도감이 낮을 요소가 애초에 적을지도 모릅니다. 고음과 저음이 압축되어 있는 느낌 역시 좋은 밀도감에 기여할 지 모릅니다. 단, 하나하나의 악기를 표현하는 데 꽉 찬 밀도감이 떨어집니다. 포커싱 쪽에 더 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17) 소리선의 굵기

가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어폰치고는 약간 굵은 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리선의 경계가 명료하지 못하고 흐리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18) 텐션, 탄성

음의 굳기와 다이나믹 레인지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하는 측면입니다. 기타줄을 튕기거나 타악기를 두드릴 때 그 탄성이 유난히 강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는데 601은 그런 타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피아노 등을 들어보면 다소 음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타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체적으로 높은 음압에도 불구하고 박력있는 소리는 아닙니다.

19) 온도감

601의 음은 다소 따스한 편입니다. A8이나 E700등의 차가운 음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분들에게는 괜찮은 선택이 될 듯 합니다.

20) 포커스

포커스란 개념은 모호하고 어렵지만 각 악기들의 모양과 그 배경을 표현하는 능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601의 포커스는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각 악기의 상이 모호하고, 배경은 하얗게 지워버립니다. 그러나 각 악기의 크기를 대체로 적절한 정도로 표현한다는 느낌도 있어 이 측면은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크게 묘사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악기의 상을 완전히 명확하게 잡지 않고, 덕트를 통해 음이 개방되어 있는 반면 그 개방된 만큼 악기의 모양 또한 이어폰 바깥쪽으로 흐려지며 불분명한 느낌이 드네요.

그러면 종합해서 이 이어폰에 대한 의견을 말해 보겠습니다. 일단 이 이어폰은 크레신의 또다른 야심작이고, 여러 노하우와 기술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성품을 간소화하여 가격 대 성능비를 높이고자 하였고 34000원이라는 출시가격에 비교하면 괜찮은 성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착용감 등의 사소한 부분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Sony 등의 회사가 아직 월등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은 도약중인 회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A8, E700같은 고급 이어폰이 금속재질을 이용하여 맑고 단단하지만 차갑고 경직된 음을 들려준다면 E601은 그와는 다른 타입의 이어폰입니다. Sony의 MDR-E888이 단종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좋은 제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Sony MDR-E888과의 사진 한장을 마지막으로 남겨 봅니다.

사진은 제가 카메라가 없어서 asthmatic이라는 친구가 촬영해 주었습니다.

주 사용 기기 : Panasonic SL-S400 (With Sanyo 2100mA Ni-MH)
비교 참조 기기 : Casio PZ-2900, Apple IPOD

(밀도감과 포커싱 부분을 보완하여 다시 올렸습니다)